언론보도

동생의 장애를 담은 누나의 정직한 카메라

  • 게시일14-04-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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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폐막작 ‘못 다한 이야기’
성장통 겪는 두 남매의 소중한 대화 담아
2014.04.07 19:33 입력
 올해 12회를 맞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4월 8일부터 사흘간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열립니다. 올해 영화제는 개막작 '카페 이메진' 등 총 16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비마이너는 올해 상영작 중 세 작품의 내용을 소개합니다._편집자 주 

 

▲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작 '못 다한 이야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지난 연인과의 마지막 데이트 장소. 그곳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옛 추억과 외로움이 밀려오는 순간. 그녀는 가장 가까웠던 연인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카메라를 든 그녀는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에게 다가간다.

 

나주에 살고 있는 할머니. 그녀에게 어서 결혼하라고 채근한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데, 착한 사람 만나서 잘 살아야지…” 그러나 그녀는 아직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 한다. 그 말에 할머니는 “뭔 소리여, 또? 못써. 해야지.”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만, “경성이를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있고…”라는 말에 갑자기 말수가 적어진다.

 

경성이는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청년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가족들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경성이의 엄마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5개월이나 걸렸다고 말한다. 물론 5개월 뒤라고 해서 부담이 온전히 덜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누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직접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10대 후반에 만났던 애 중에, 그 남자애 엄마가 경성이가 장애인인 걸 아니까 걔한테 ‘너 바보 같은 자식 낳고 싶으냐’고 말했대…“

 

이 말에 아버지는 "너는 10대 때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지금까지 심각해하고 있네."라고 쿨하게 답하지만, 그 말끝이 떨리고 있다.

 

▲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작 '못 다한 이야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이처럼 경성이는 가족들의 삶에서 아픔으로 박혀 있는 존재였기에, 경성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이야기 나눌 여지를 만들지 못했다. 그 ‘못 다한 이야기’를 온전히 해내기 위해서 누나는 경성이의 삶 가까이로 들어가 본다.

 

그러자 어엿한 20대 청년이 된 경성의 삶은 지금까지 그녀가 생각해 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운전면허를 따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아침이면 통근 차량을 타고 공장에 나가 일을 하고, 가끔 엄마가 보내주는 반찬을 받아가며 외로운 자취생활을 꿋꿋이 이어나가는 청년 김경성.

 

이를 통해 새삼 동생의 성장을 느끼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닫게 되는 누나. 

 

두 남매의 따뜻한 대화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폐막작으로 만날 수 있다. 상영시각은 4월 10일 늦은 7시이다.

 

▲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폐막작 '못 다한 이야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