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갤러리

감염병으로 드러난 사람들 토크쇼

  • 게시일20-07-17 00:00
  • 조회수984

 

5281530감염병으로 드러난 사람들

 

| 사회 : 변재원(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패널 : 김성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정우(시민건강증진연구소) 이민호(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재원 : 저는 사회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입니다.

 

민호: 저는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민호 활동가입니다. 반갑습니다.

 

성연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입니다.

 

정우 : 시민건강연구소 김정우입니다.

 

재원 : 먼저 이민호 활동가님께서 이번 코로나 사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야기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민호 : 저희 다릿돌자립생활센터는 지역에 계신 장애인분들이 지역에 나와서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고요. 그런 기관의 많은 장애인분들이 함께 거주하고 계십니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저희 센터에 오시는 회원분들이 이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그리고 감염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코로나 19 기간 동안 대구에서 코로나가 한창 확진자가 많을 때 감염 예방 지원을 해왔습니다.

 

성연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5년 전에 메르스가 발병했을 당시에 메르스 상황에서도 똑같은 장애인 당사자가 자가 격리자가 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때 역시 아무런 체계가 없어서 굉장히 어려운 자가격리 시간을 보내셨고 스스로 병원에 입원하신 분도 계시고 이런 상황이어서 저희가 거기에 대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 소송이 지금 5년째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는 사실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고, 5년 동안 아무런 준비도 하고 있지 않았던 국가의 대책 없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상황이죠. 저희가 이번에도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서 차별상담소를 통해 각 지역에 계신 장애인 당사자분들의 사례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나오게 됐습니다.

 

정우 : 시민건강연구소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건강과 보건의료 영역에서 사람 중심의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고요. 이번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인권과 사회정의 측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기록하고, 그리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소수자들, 장애인을 비롯해서 이주민 노동자 그리고 홈리스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최근에 뵙고 있고 더불어서 정책 관련해서 정책결정자들 그리고 공공의료 노동자들 그리고 공공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는 활동을 최근에 하고 있습니다.

 

재원 : 먼저 대구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저는 사실 조금 충격받았어요. 왜냐하면 이게 정말 상근활동가가 지원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보건소에도 인력이 있을 텐데 왜 상근활동가가 나서게 됐는지 그런 배경들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민호 :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검사 대기하는 분들이 보건소나 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고요. 장애인에 대한 매뉴얼도 개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매뉴얼이 있어야 현장에서 의료에 종사하는 분들이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와서 지원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있었을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다 보니까 상근자들이 희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성연 : 메르스가 끝나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국가에 이런 매뉴얼이 필요하다, 매뉴얼이 없으면 이후에 똑같은 상황을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여러 차례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5년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보건복지부에서 소송 자리에 나오지 않았어요. 국가의 변호를 지원하는 변호사가 혼자서 그냥 형식적으로만 왔다 갔다 하고 전혀 나오지 않았죠. 매뉴얼을 만들 수 있는 체계나 논의 자리를 만들자는 게 저희 소송의 요청이었는데, 그 요청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우리가 매뉴얼을 제시하자. 그래서 저희가 의논하고 고민한 내용들로 매뉴얼을 만들어서 이 매뉴얼에 대한 부분들을 국가가 받아들여달라고 소송 중간에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그것도 다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법원은 계속 잘 조정하고 이후에 매뉴얼을 만들 수 있게 또 매뉴얼의 내용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결국 모두 거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죠. 실제로는 기본적인 매뉴얼이 나와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것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요.

 

저희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건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대응을 너무 잘했다고 이야기하고 있기때문에 결국 이 상황이 정리가 되면 또 다 잊어버리고 아무것도 만들지 않은 채로 다시 다음 감염병 사태를 맞이할까 봐, 그런 게 저희가 지금 가장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복지부가 굉장히 코로나와 관련해서 압박이 많으니까 매뉴얼을 만들겠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진행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매뉴얼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복지부에서 여러 가지 지침이나 간단한 내용을 법원에 제출했어요, 그랬더니 판사가 이런 거로 해결이 되냐. 제대로 된 체계나 매뉴얼이 필요한 게 아니냐. 그래서 제대로 된 계획을 가지고 와라, 이렇게 제안을 했거든요. 복지부가 좀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원 : 그러면 보건정책 관점에서 사람들이 질병관리본부가 열심히 하면 된다까지는 생각해봤는데 매뉴얼이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는 생소하기도 한데 매뉴얼이라는 게 현장에 정말 도움되는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간단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정우 : 매뉴얼이 어떤 매뉴얼이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복지부에 매뉴얼을 요구하고 있는데 단순히 매뉴얼을 만든다가 아니라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 지금 여기 이 자리에 계시는 활동가분들께서 참여하고 실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이런 것들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테이블에 들어가서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야만 그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매뉴얼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겠다. 매뉴얼을 만들어서 뚝 떨어트리는 것보다 과정에 참여하면서 그것들을 다 같이 공유하고 학습하는 과정이 매뉴얼이 실질적으로 역할을 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재원 : 저희가 이번 대응뿐 아니라 모두가 이 대응체계에 대해서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겠네요. 그러면 다시 대구 이야기를 좀 돌아가고 싶은데요. 아까 영화에도 나왔는데 활동가분들이 직접 현장에 투입되었단 말이죠. 이분들이 보건의료를 배워보신 적이 없으니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때 분위기, 쉽게 말하면 누가 가기로 결정했는지. 아니면 제가 가겠습니다 이렇게 자원한 건지 이런 것들이 너무 궁금한데 알려줄 수 있을까요?

 

민호 : 센터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고 장애인 당사자분들을 지원해오던 지원자 중심으로 이야기되었고 그 당시 분위기가 상당히 엄숙했던 건 사실입니다. 사실 자가격리된 장애인 당사자와 격리된 채 지내는 것을 결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보건의료에 대해서 배운 적도 없고 코로나 19가 어떤 병인지 정확하게 나오지도 않았던 상황이잖아요. 백신도 나오지 않았었고. 그래서 전문지식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결의에 맡겨진 게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자가격리돼서 지원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을 때 영상에 나왔던 활동가들이 흔쾌히 나는 괜찮다.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격리하겠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는 상당한 두려움을 안고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원 : 지역에서는 이렇게 활동했는데 중앙에서는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었을까요.

 

성연 : 대구에 일단 갈 수 없었죠. 멀리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대구의 자가 격리자가 발생하면서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죠.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에서 고민을 하다가 가서 지원해주실 수 있는 분을 뽑고 있다는 공고를 저희가 냈어요. 지원자를 받아서 실제로 그분들이 가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람을 찾는다는 광고를 냈더니 그래도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해주셨어요. ‘내가 내려가겠다.’ 물론 자원봉사는 아니었습니다. 대구시가 말 그대로 돈은 내겠다 했지만, 사람은 없는 거죠.

 

대구가 돈은 내겠는데 사람이 없으니까 사람을 구해봐라, 이런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해주셨어요. 그렇지만, 대구 안에 활동가분들 안에서 잘 정리가 돼서 실제로 저희한테 지원해주신 분들이 직접 지원에 나가시지는 않았어요. 어쨌든 중앙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방역과 관련한 비품들을 수소문해서 받는 것.

 

그리고 자가격리되신 장애인분들에게 도시락과 같은 생필품을 전달했죠. 처음에는 장애인분들이 전혀 쓸 수 없는 것들이, 직접 밥을 해 먹어야 하는 쌀과 같은 원재료가 왔기 때문에 도시락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었고요.

 

재원 : 지금 대구는 어떤가요? 장애인 확진자나 자가격리자 현황이 영화처럼 급박한 상황인가요? 아니면 좀 정리가 되었거나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인가요?

 

민호 : 지금 일단 대구 같은 경우는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던 시기는 벗어났지만 얼마 전 뉴스에서 보셨다시피 이태원에 있던 두 분이 대구에 왔고 그로 인해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서 학교가 개학하는 첫날 폐쇄에 들어가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토론회를 개최한다든가 대구 지역의 장애인단체와 보건단체 등에서 코로나 대책위를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고요. 대구 장애인운동 진영에서는 코로나19로 특별대책위를 꾸려서 지금 향후에 있을 2차 파동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물품들을 일부 비축을 하고 있습니다. 공적 마스크 구입이 있었을 때 과연 거기 공적 마스크 구입에 장애인들이 가서 구입 할 수 있을까. 접근성이 있을까.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마스크를 구입하러 갈 수 없으니까요. 방역물품을 구입 하는 것에 대해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는 장애인들은 어쨌거나 구할 수 있겠지만 의사소통의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은 그런 것에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2차 파동을 대비해서 지역 시민사회나 장애인단체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원 : 김정우 활동가님,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연구하면서 들었던 장애가 아닌 다른 사례들도 소개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정우 : 굉장히 많아요. 최근에는 이주민 노동자들 그리고 홈리스 분들을 만났는데 이주민 노동자분들 같은 경우는 사회적으로 한국사회에서 관계가 없던 분들이라서. 감염되는 분들이 적은데 그럼에도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코로나 초반에 굉장히 심했고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주노동자분들은 긴급지원을 못 받고 계시잖아요. 마스크 때도 공적 마스크 다 하는데 한창 위험할 때는 못 받고 여유가 생기니까 이제 서야 마스크를 지급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재원 : 저희도 사실 장애뿐 아니라 말씀하신 것처럼 이주민이나 노동자 그리고 노인 이런 분들도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런 점에서 제가 김성연 활동가님께 궁금한 것은, 정부가 잘하고 있으니까 활동가들이 이렇게 목소리 내지 않아도 기다리면 차례가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구태여 저희가 어떤 요구도 하고 저런 요구도 하잖아요. 댓글을 보면 왜 다 그렇게 목소리를 세게 내냐, 정부도 바빠 죽겠는데. 그럼에도 활동을 지속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연 : 아까 영상에서 보셨던 분들은 자립생활센터라는 이미 지원할 수 있는 센터와의 연결을 가지고 계시던 분들이었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많은 분들이 계시고 그럼 관련한 지원에 대한 체계는 누가 하는 게 맞냐. 국가에서 하는 게 맞는 거죠. 공공에서 이 체계를 잘 가지고 가야만 내가 어디에 속해 있건 어느 지역에 살건 내가 설사 외부의 다른 장애인단체와 연결고리가 없어도 충분히 행정복지센터 같은 행정청을 통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지원체계가 어떻게 돼 있냐면 도시에 살고 있는 중산층의 비장애인 중심으로 지원체계가 만들어져 있죠. 국가가 판단했을 때 가장 많은 인구 분포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지원체계를 가져가겠다, 이렇게 하니까 내가 중산층이 아니면, 내가 도시에 살지 않으면 또는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이 모든 것에서 계속 벗어나는 사람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지원체계는 가장 지원받기 어려운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해요. 그러면 모두에게 지원체계가 해당이 되겠죠.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만들어져 있으면 중산층, 비장애인, 실제로 지원체계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가장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맞춰지는 게 맞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숫자가 많은 사람 중심으로 맞춰놓다 보니 많은 사람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거죠.

 

내가 빈곤한 상황에 있기때문에 주소지가 없어서, 주민등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또는 혼자 사는 노인이어서 이 모든 것들에서 내가 결국 지원에서 빠져버리는 상태가 되는 거고요.

 

재원 : 세 분께 공통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저는 한편으로 그런 생각도 있어요. 코로나 전에 메르스도 있었고 지진도 있었고 화재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들 말하기를 코로나는 좀 달라. 코로나는 이전에 없던 세상을 만들었어, 이렇게 하는데 활동가님들의 활동영역에 비춰봤을 때 과거에도 재난 위기는 늘 있었거든요. 그것과 코로나에 차이가 있다면 어떤 거였는지 얘기해줄 수 있을까요?

 

민호 :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을 보면서 대구 지역이나 경북 지역, 전국의 수용시설들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잖아요. 이 상황에서 서울에 있던 시설들은 11실 리모델링 예산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늘어났고요. 그런데 코호트 격리로 들었던 생각은 대형거주시설들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격리 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 한편으로는 메르스 때나 코로나-19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장애인 확진자나 자가격리자에 대한 통계가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자가격리 상황에 놓였을 때, 쌀과 생배추, 라면을 보낸다는 것은 지금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정책에 대한 이해가 없지 않았나. 이해가 있었다면 과연 중증장애인에게 쌀과 배추를 보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활동 지원 서비스의 취지가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자립 생활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 돌봄이 필요해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말이죠.

 

그리고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스템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먼저 깔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이 활동지원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었다면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인에게 가사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조리가 불가능한 음식을 보내지 않았겠죠. 그런 차원에서 시스템도 좋지만 지금 있는 서비스 양이나, 양도 늘어야 하고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일선 행정에서, 국가정책에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원 : 위기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냈던 계기가 코로나가 된 것 같습니다. 성연 님이 보실 때는 어떤가요?

 

성연 : 우리나라는 지진이 나면 장애인한테 엘리베이터로 대피하라고 이야기해서 꼼짝도 못하게 만들어놓고 화재가 나도 그 화재에 대한 수어 통역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하지 않아서 시각장애인분이 도대체 불이 어디서 어디로 나는지 방향을 알 수 없어서 대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듭니다. 이번 코로나19 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장애인이 확진자도 적고 자가격리 대상자도 적었다. 그건 우리가 시스템이 하나도 없으니까 당사자분들이 엄청 조심했기 때문입니다. 아예 외출하지 않고 비장애인들보다 더 조심하지 않으면 내가 혹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거나 확진자가 되면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던 거죠. 국가가 잘해서 없었던 게 아니었어요.

 

이전하고 다르지 않다는 건 무언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장애인이 국민으로서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게 변함없는 사실인 거고, 다만 병의 종류만 달라졌을 뿐이죠. 이후에 다른 병이 오면 또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이 드는 상황입니다.

 

재원 : 두 분의 말씀을 정리해보면 어떤 병의 이름과 확산되는 대상의 수만 다를 뿐이지, 이 위기는 늘 존재했고,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정우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우 :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아닌 측면도 있을 텐데요. 메르스와 비교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일단 방역의 측면에서는 메르스보다 긍정적인 면은 있었다. 일단 초기에 대응을 시작했고, 정보공개도 투명하게 했고 그런 측면에서 방역이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발전이 있었습니다.

 

다음에 방역은 치료하기 전까지잖아요. 그런데 치료 이후, 코로나 이외에 또 다른 질병까지 보건의료와 건강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게 과연 나아졌을까는 좀 더 봐야겠다. 지금 코로나에 모든 역량이 집중되면서 다른 영역들,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고. 그리고 대구의 3월 한 달 동안 사망자가 1993년 이후로 가장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걸 봤을 때 과연 이게 정말로 코로나뿐 아니라 건강 측면에서 어떻게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인가는 좀 더 봐야겠죠.

 

공공의료의 양이 상당히 부족한데, 코로나 국면에서 2013년도에 폐원한 진주의료원이 있었으면 상당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야기하는 분이 많아요. 우리 삶을 위협하는 게 건강과 질병뿐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생활도 굉장히 중요한 측면들이 있는데 이것들이 너무 행정 편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컨대 필수적인 서비스를 받으러 사회복지 시설에 가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일시에 문을 닫고 여태까지 문을 닫은 상태로 있는다 거나 아니면 노숙인들 지원 시설에서 외출을 금지하거나 이런 것들이 방역을 핑계로 하면서 행정적으로 편리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고 일방적 코호트도 마찬가지고 대구 경북에서 전수조사도 없이 예방적으로 아무런 확진자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시설들을 먼저 선제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시킨 거예요.

 

이런 것들도 상당히 행정 편의적이라고 보는데 오히려 경북에서는 적극적 행정의 우수사례로 띄워지고 이런 상황이죠. 방역에서의 일부 성과들을 K-방역이라고 일컬으면서 계속 띄우고 있고요. 앞으로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습니다.

 

재원 : 정우님께 간략하게 궁금한 게 있는데요. 공공의료가 있으면 낫겠다는 말씀이 있었는데요. 공공의료의 부족이 어떤 상황을 초래했다고 보시나요.

정우 : 이를테면 지방의료원이나 서울대학교 병원도 공공의료라고 속하기는 하는데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방의료원들은 사회적 약자들이 가는 곳이라고들 생각을 하세요. 실제로 그런 분들이 달리 갈 곳이 없어서 많이 이용하던 곳이기도 하지만요. 그런 분들에게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던 곳이었고요. 그런데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당장의 코로나 환자들을 민간병원에서 받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공공의료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베드가 모자르게 되니, 대구에서 입원 대기 상태의 환자가 굉장히 많았죠. 만약에 공공의료가 더 확충되었다면 대기하는 분들이 훨씬 줄었을 거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그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재원 : 세 분께 마지막 질문 하나씩 드리고 싶은데요. 코로나를 앞으로도 대응해야 하고 제2, 3의 이런 감염병들이 계속 발생할 텐데 어떻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개선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 이런 것을 제안한다면?

 

민호 : 대규모 시설을 코호트 격리했을 때 사실 말은 방역이지만 수많은 시설 거주인에 대한 마스크 지급, 손 세정제 지급, 이런 게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대남병원 실제 지냈던 모습의 사진을 보면 충분히 아실 겁니다. 그러면서 코호트격리를 방역으로 둔갑시켜서는 안 될 것 같고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시스템의 구축 그리고 지금 있는 공공 서비스의 양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성연 : 개선 방향은 많이 나왔죠. 코로나와 관련해서 수없이 많은 인터뷰와 내용들을 언론을 통해서 또는 관련한 자리에서 이야기했습니다. 방안이 없는 게 아니라 그 방안을 실천할 마음이 없는 거죠. 다시 전염병이 올 거라는 게 전세계적인 예상인 거고요. 아직 코로나도 정리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많은 사람을 이렇게 안전하게 지켜냈으니 우리는 잘했다라고 끝나지 않기를 정말 바랍니다.

 

아무런 지원이 없어서 엄청나게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해야해요. ‘그래, 그냥 너희 요구사항이 이렇구나로 넘겨버리지 않고 꼼꼼히 검토하고 실제로 비상상황에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준비하지 않으면 똑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것 같아요. 이미 여러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뭐가 필요한지도 다 이야기했어요. 이 시점에 만들어져 있는 체계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겠다고 했었던 1339로 화상통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안 됐어요. 문자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 문자를 하면 답이 안 옵니다.

 

장애인분은 선별진료소 이동할 때 장애인콜택시에 전화하지 않고 1339로 전화하면 해주겠다 했지만 1339에 전화가 안 돼요. 계속 이런 식인 겁니다. 활동지원 지원인력체계 만들라고 했지만 실제로 체계로 자리잡혀 있지 않습니다. 장애인 마스크 받기 어려웠다 했더니 장애인분들 그럼 우리가 나눠줄게 하면서 갑자기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어디는 나눠주고 어디는 안 나눠주고.

 

온라인 수업 한다고 했는데 학생들 수업 하나도 못 받았죠. 하나도 못 받았지만 교육부가 뭐라고 이야기했냐면 준비할 시간이 너무 없고 어렵다. 처음부터 장애 학생을 고려하지 않았던 거죠. 이 모든 시스템 중 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도 없다는 걸 저는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잘 알고 계셔야 할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국가가 빨리 준비를 시작하지 않으면 장애인은 다음 전염병에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거니와 확진되면 집에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나와 있는 제안들이 빨리 실천으로 옮겨졌으면 하는 고민이 많이 듭니다. 제가 화를 좀 많이 내고 있네요. 코로나 관련해서 너무 안 돼 있는 게 많으니까 제가 이 이야기 할 때마다 화가 나는 것 같아요. 이런 게 앞으로 빨리 만들어지도록 여기 계신 분들도 관심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우 : 말씀하신 대책들의 밑바닥에 있는 요소들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참여적인 거버넌스가 중요하겠다. 아까 영상에서 봤을 때 활동가분이 대구시에 이것도 이야기하고 저것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왔었는데요. 일본은 바뀌어졌어요. 긴급돌봄체계가 만들어지고요. 대구의 시민사회가 대구시와 소통을 하고 있는 채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게 되면 어떤 재난 상황이 왔을 때도 빠르게 TF팀을 구축하든지 논의 테이블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사전에 좀 더 발 빠르게 대책을 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그런 연장선 상에서 방금 전에 말씀하신 대책들이 실행이 돼야 할 테고, 그리고 덧붙이자면 단순히 대구의 시민사회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그 지역 안에서 지역사회 내에서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합니다.

 

예컨대 호주에서는 사람 중심의 긴급상황 대비라는 도구가 있어서 그 도구에 보면 어떠한 긴급상황이 닥쳐왔을 때 어떤, 어떤 것을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장애인들이 이동은 어떻게 해야 하고 식사나 이런 물품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고 먼저 지금의 긴급상황의 성격이 어떠하고 필요한 돌봄 그리고 기능적인 제약이 어떤 것이 있고 이런 것을 다 분석해서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조율해 나가는 툴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그 지역에서는 적용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정리하면, 모든 레벨에서 논의하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면 좋겠습니다.

 

재원 : 감사합니다. 제가 듣고 나서 생각이 든 건 딱 한 가지였어요. 코로나는 어쩌면 올해 아니면 내년 빠른 시일 끝날 수는 있어도 장애인 소수자에게 다가오는 재난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이것을 막으려면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러분께서 정말 장애인과 소수자에 관한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앞으로 더 필요하겠다는 목소리를 함께 내주시면 좋겠어요. 함께 연대해 주시고 함께 발언해주시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