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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새장' '우리가 꽃들이라면'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 GV

  • 게시일21-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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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둘째 날 관객과의 대화

영화 : ‘새장’ ‘우리가 꽃들이라면’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

사회 : 유지영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

패널 : 윤대원('새장' 감독), 김율희('우리가 꽃들이라면' 감독), 박준형('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 감독)

 


 

 

질문 1. 감독님들께서는 올해 장애인인권영화제 첫 방문이 아니신지, 혹은 몇 번째이신지. 오늘 이틀 차인데 소감 한 말씀씩 부탁드려도 될까요?

- 윤대원 : 제 영화가 몇몇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요. 장애인인권영화제 방문은 처음이거든요. 저는 제 영화를 주기적으로 볼 기회가 있다 보니까 GV가 있을 때 일부러 제 시간은 피해서 오는데요. 다른 감독님 작품에 영화 설명이랑 자막이랑 동시에 들어간 영상은 처음 봐서 저는 제 영화가 굉장히 시청각적인 부분에 많이 노력한 작품인데 어떤 방식으로 보여졌을까 궁금해하면서 다른 감독님 작품 잘 보았습니다.

 

-김율희 : 장애인인권영화제 방문은 처음이고요. 저는 청각적인 지점을 굉장히 많이 살리고 싶어서 사운드 레벨링이나 디자인에 있어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하고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첫 야외 상영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변수를 조금 더 알았다면 편하게 관람하실 수 있도록 조금 더 사운드 볼륨을 올린다거나 좀 더 신경을 써서 보내드릴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고. 또 이렇게 많이 보러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준형 : 저도 인권영화제는 처음 방문해봤고요. 씨리얼팀도 함께 나들이 나왔는데요. 저희 팀이 함께 만든 작품이고 유튜브에서 상영될 목적으로 만든 영상인데 이렇게 영화제까지 오게 돼서 씨리얼팀이 감개무량하고요. 핸드폰으로만 보는 영상을 큰 화면에서 다 같이 야외에서 보다니 느낌이 새롭네요.

 

 

질문 2. 영화 우리가 꽃들이라면, 배우분들의 연기도 좋지만 빛과 소리가 인상적이었고 또 빛과 소리에 신경을 많이 쓰셔서 작업하신 것 같아요. 엔딩 크레딧 보니까 조명 담당하신 스태프도 계시고 특히 신경 쓴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지 궁금한데요. 말씀해주시겠어요?

- 김율희 : 가장 신경 쓴 장면은 사운드 디자인이고 공간 소리가 바뀌는 것으로 씬이 넘어가는 설정을 해놨거든요. 그래서 사실 그냥 씬으로만 따진다면 마지막 씬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었고요. 빛 같은 경우는 둘 다 고등학생인데 정서상으로는 정우 같은 경우는 맹학교로 전학을 간 상태고 성현은 그대로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한 상태에서 고등학생인 두 사람이 유대를 가질 수 있는, 둘이 만날 수 있는 시간대가 저는 학교가 끝난 저녁 시간대라고 생각해서 노을 장면이 많았어요. 만든 노을들도 많았어요. 진짜 노을로만 찍게 되면 돈도 없는데 한 달은 찍어야 돼가지고. 그래서 만들어진 노을들로 찍은 장면들이 생각보다 진짜 노을 같다는 평가를 되게 많이 받아서 조명팀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질문 3. 영화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 영화 속 주인공에게는 진짜 역사적인 순간을 카메라로 담아내신 거잖아요. 그래서 탈시설을 처음 하는 원형 씨의 모습을 담고 나서 혹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혹은 감독님께 지켜보면서 어떤 변화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박준형 : 다행히도 원형 씨는 탈시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이잖아요. 시설 속에서 인권침해 받으신 분들이 탈시설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너무 긍정적으로 시설에서 나오신 분들의 이야기만 다루는 게 아닐까? 지금 시설의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도 원형 씨랑 연결이 잘 됐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콘텐츠 제작이 들어갔던 건데요.

막바지에 촬영하면서 이게 맞을까고민하다가도 마지막 엔딩 화면에서 그분들이 함께 파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이야기였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끝까지 만들었던 것 같고요.

 

 

질문 4. 영화가 15분 정도로 짧아서 저는 아쉬운 면이 있었는데, 혹시 뭔가 편집된 장면 중에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장면이 있을까요?

- 박준형 : 편집된 장면 너무 많아서 아쉬웠고요. 석원 씨의 이야기가 많이 빠졌어요. 원형 씨에게 집중하다 보니까 석원 씨도 퇴소식도 했고 석원 씨만의 이야기도 있었는데 덜어내서 아쉽고요. 탈시설하고 나서 탈시설 한 장애인 친구분들끼리 모여서 지역사회 이웃들을 초청해서 함께 밥을 먹는 자리를 다과회를 하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탈시설 한 당사자 말고 아무도 안 왔어요. 그래서 당사자들끼리 모여서 과자를 먹고 거기서 석원 씨가 지금 이 순간 노래를 부르면서 자기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한 장면이 있었는데 빠져서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질문 5. <우리가 꽃들이라면> 영화에서 마지막에 암전 씬이 있었잖아요. 눈을 감고 들으면서 상상을 하라는 그런 감독님의 의도가 분명한 것 같은데 저는 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끝까지 이어지더라고요. 혹시 그러한 장면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김율희 : 그 장면 같은 경우에는 원래는 암전 씬이 아니었어요. 제가 제작지원을 받게 됐는데 제작지원을 내는 곳에 제출했던 시나리오 안에서는 암전 씬이 잠깐 진행이 되다가 원래 영화 장면과는 조금 다르게 정우의 상상대로 진행되는 영화 속 장면들이 드문드문 나오는 추가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내가 갖고 가고 싶은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했을 때 저는 같은 걸 느끼는 순간에 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시각장애인분들도 저시력인 분들도 계시니까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결국에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같은 걸 느끼고 상상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보자싶어서 암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정우가 눈을 감고 관객들도 눈을 감고 계속 검은 화면으로 영화 끝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관객 : <우리가 꽃들이라면>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제가 한 55년 전부터 책을 읽어주는 분들이 시각장애인, 저는 완전 아기 때부터 전맹이거든요. 그래서 학교에서 고등학교 언니들이 책을 읽어주러 왔던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쭉 지나오다 오늘같이 화면해설로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들이 어릴 때 함께 앉아서 읽어주던 그 책을 듣는 것처럼 상현이가 친구를 위해서 화면해설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그런 모습에서 우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요즘뿐 아니라 옛날부터 서로 함께하면서 어려운 점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소통으로 살아가는 어떤 세상이 되지 않나 하는 감동적인 마음이 들어서 제 소감을 말씀드립니다.

 

 

질문 6. (관객)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를 보고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배우분들이 지금도 1년 반이 지났는데 잘 지내고 계신지가 궁금하고요. 그리고 이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박준형 : 석원, 원형 씨는 아직도 저 집에서 사시고요. 영화제 와달라고 2번 정도 전화했는데 원형 씨는 자기 얼굴 나오는 거 보기가 싫대요. 석원 씨라도 왔으면 좋겠다 해서 카톡을 보냈는데 읽씹을 당했습니다.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를 만들게 된 계기는 장혜영 감독이 만들었던 <어른이 되면>을 인상 깊게 봤어요. 그래서 탈시설에 대해서 한번 씨리얼 안에서 콘텐츠를 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수소문하다가 “2030 연령대의 한 청년이 탈시설하는 과정을 찍고 싶다, 어떻게 섭외할 수 있는 사람 없냐고 서울시에 문의했어요. 연결이 닿아서 원형, 석원 씨가 됐는데 씨리얼은 유튜브로 짧게 콘텐츠를 만드는데 이번 경우에는 한 달 정도 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서 길게 취재를 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질문 7. (관객) <우리가 꽃들이라면>의 감상평을 해주셨는데 너무 좋게 들었고요. 그 감상평을 들은 감독님의 느낌, 마음을 잠깐 듣고 싶습니다.

- 김율희: 안 그래도 타이밍을 놓쳐서 끝나면 냅다 뛰어가겠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시각장애인과 밀접하게 연관을 짓고 살아본 적은 사실 없는데 저희 할머니가 중풍 때문에 거동이 되게 불편해지셔서 돌아가실 때까지 휠체어를 타고 사셨어요. 그때는 어렸지만 대단한 배려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너무 대단한 게 아니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서 우리가 그냥 선물을 주고받는 것처럼 누군가를 위해 간단히 해줄 수 있는 거, 자기가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나름의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그런 마음에서 만든 영화였습니다. 좋은 감상평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