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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까치발' GV

  • 게시일21-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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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둘째 날 관객과의 대화

영화 : 까치발

사회 : 배미영(너른마당)

패널 : 조경미(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순경(전국장애인부모연대)

 


 

 

- 정순경 : 저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 정순경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조경미 : 저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경미라고 합니다.

 

질문 1.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 조경미 : 제가 만약에 활동하지 않았더라면, 장애에 대한 경험이 애초에 없었다고 한다면 보통의 사람들처럼 굉장히 놀라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지?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런 걱정과 자기 비난과 그런 과정들을 거쳤을 텐데 저는 사실은 별로 걱정이 없었어요. 처음부터 아이가 "지적장애입니다. 자폐성장애입니다." 이렇게 진단을 받기도 하겠지만 저희 아이 같은 경우에는 아기 때부터 발달지연이라고 하는, 그러니까 "이 친구는 보통 아이들보다 발달이 느립니다." 그냥 그런 이야기를 꾸준히 듣고 있었기 때문에 ", 이 친구는 느리구나." 이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무난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 정순경 : 아마 비슷할 것 같은데 처음 장애를 알았을 때 그건 이루 말로 표현을 못 하죠. 그리고 부정도 조금 했었고, 그다음에 또 이것을 치료하면 나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또 엄청 다니고 하는데 이게 시간이 해결을 해주는 것 같아요. 그냥 지금은, 지금도 무조건 뭐 많이 걱정은 되기는 하지만 내 아이가 장애인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부모로서 어떻게 해줘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가르쳐주는 것도 없고 주변에 장애인도 없다 보니 제일 힘들었는데 그런 걸 과정으로 또 받아들여가면서 시간이 한 20년이 흘러가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설계하는 그런 단계인 것 같아요.

 

 

질문 2.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을 때, 그리고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한테 녹록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장애아동을 키우면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제도적인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 혹시 있었을까요?

- 조경미 : 영화에서 지후가 병원에 상담을 가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이 "어머님은 지금 아이의 까치발만 눈에 들어오겠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인지나 떨어져 있는 능력들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앞으로 3년이 아니라 30년이 걸려도 이걸 끌어올릴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님한테 되게 불안감을 주잖아요. 장애를 진단하는 건 의사가 한다면 그 이후에 어머니의 불안한 마음과 막연함을 누가 지원하고 있는가.’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에는 그런 지원제도들이 없는 것 같아요. 심리적인 지원도 필요할 거고,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부모님 교육도 필요할 거고 여러 서비스가 필요한데 영유아기 시기에는 특히나 아이들 치료하는 것밖에 없어요. 저도 발달지연이라고 하는 통보를 받고 제일 먼저 했던 건 치료실부터 다녔거든요. 우리는 아이에게 치료 과정에 들어서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공교육의 문에 들어서야 선생님하고 상담한다든지 아니면 치료지원 서비스 선생님들하고 상담한다든지 그러면서 체계를 잡아가는 거죠. 그 전에는 엄마들이 다 스케줄을 짜는 거거든요. 어머님들이 뭐 하루에 두세 개씩 일주일 내내 치료를 하는 게 비용적으로도 너무 힘든데 아이도 힘들 것 같고 가정도 힘들 것 같은데 이것에 대한 적절한 지원계획이 없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 정순경 : 내가 죽고 나서 그 뒤가 많이 걱정은 되죠. 그 공백은, 이게 뭐 공백은 정말 노력해서 채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필요한 것 요구하고 바꾸고 투쟁하고 그러면서 채워나가고 우리가 조금 부족하다고 하면 후배 어머님들이 그 노력했던 것을 받아서 해나가고.

저는 TV에 나올 때 방송에서 보면 뭐 장애인 정책에 지원이 엄청 나오는데 막상 내가 동사무소 가서 신청을 해보면 뭐 되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뭐 방송은 엄청 나오는데 저희가 그냥 아이를 키우는 일반 직장인 가정에서는 그냥 다 제가 책임지고 저희 남편이 책임지고 그러거든요. 치료비, 교육비, 제일 많은 게 치료비였고 치료비를 엄청 쓰면 저는 될 줄 알았는데 정신 차리고 돌아보니 어차피 장애는 장애고 정말 돈 많이 들이고 빚을 내서 치료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치료에 덜 집중하면 객관적으로 아이를 보고 미래를 설계하고 학령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조금 과정에 충실하고 그런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고요.

 

 

질문 3.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거나 또는 마음에 와닿았거나 이런 것들이 혹시 있었을까요?

- 정순경 : 영화를 보면서 자꾸 저를 투영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다들 똑같은지. 저도 악다구니처럼 붙고 울고불고 부정도 했다가 그 과정에서 아이가 없었던 것 같아요. 치료를 계속 다니면서 30분 치료받자고 2시간을 갔는데 아이는 너무 싫다고 울고 나왔을 때 돈은 돈대로 쓰고 집에 와서 짜증 내고. 어머니들끼리는 그런 이야기 많이 했어요. 밥을 끼니를 제때 못 챙기니 커피믹스 아시죠? 치료실에 그거 다 놓여 있습니다. 두 개 타서 진하게 먹고 나면 허기가 조금 채워져요. 그렇게 다녔는데 남는 건 허망함밖에 없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똑같은 이야기인 것 같아요.

 

- 조경미 : 저는 처음에 지후가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되게 인상이 깊었어요. 지후가 부른 난 병에 걸린 게 아니라 마법에 걸린 거야.’ 노래 가사가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어머님이 처음 뇌성마비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 불안했던 마음이 사실 아이는 옆에서 다 느끼고 있잖아요. 지후가 계속 아프면 어떻게 하지?’ 그런 걱정이 아이한테 전달이 된 것 같아요. 또 아이가 마지막에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런 이야기까지 하는 것이 기억에 남아요. 너무 고스란히, 엄마, 아빠만 힘든 것을 감당하느라 아이도 힘든지 모르고 제일 힘든 시기를 영상에서 잘 담아주신 것 같아요.

 

 

질문 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조경미: 제가 가난해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돈이 있었으면 저도 다 치료실에 쏟아부었을 텐데 그런 돈이 없었어요. 어린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은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이 아이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하고 싶고 시기를 놓치면 내 잘못이 더 커지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시는데 사실은 많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부모연대가 2017년도에 스웨덴을 갔다 왔는데 저도 운 좋게 같이 갔어요. 그런데 그때 저는 스웨덴의 치료법이 궁금했는데 스웨덴에는 치료실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날 정말 한 대 맞은 것처럼 굉장히 슬펐던 기억이 나요. 왜 그러는지 봤더니 스웨덴은 아이는 변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성장은 할 수 있겠지만 이 아이의 장애를 바꾸는 것에 관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이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활이라는 정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가활이 뭐냐면 장애를 딱 등록받는 순간부터 부모도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 아이와 관계하고 있는 모든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다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돈 들여서 하는 그 40분 치료가 이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 이 아이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이 아이의 장애를 이해하고 어떻게 지원해줘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오늘 오전에 봤던 <모두의 학교>처럼 아이는 변하지 않았고 이 아이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니까 그 아이가 그 공간에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하거든요.

그런데 보니까 영유아기의 어머님들은 그때는 이런 생각을 하실 수가 없더라고요, 그걸 지나오고 보면 , 우리가 왜 그랬지?’ 이렇게 생각하는 선배 어머님들께서 이 부분, 이 시기에 대한 지원 서비스든 제도든 그런 것에 대해서 이제는 조금 많이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