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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검은환영' GV

  • 게시일21-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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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셋째 날 관객과의 대화

영화 :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검은 환영

사회 : 은석(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

패널 : 김희주 정주희(‘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감독), 이하루(‘검은 환영감독), 홍은전

 


 

 

- 김희주 : 안녕하세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연출을 맡은 김희주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정주희 : 안녕하세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에 연출 정주희라고 합니다.

- 이하루 : '검은 환영'을 만든 이하루라고 합니다.

- 홍은전 : 저는 영화와 전혀 상관은 없고요. (웃음) 동물권 운동, 인권운동을 모두 사랑하는 홍은전입니다. 반갑습니다.

 

질문 1.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를 처음 어떤 계기와 배경에서 찍게 되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정주희 : 저는 3년 차 집사인데요. 제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을 페이스북에 길고양이 커뮤니티에서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활동하시던 권나영 님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고 그 후로 나영 님이 올리는 그런 길고양이에 대한 포스팅을 보면서 이분이 쓰신 글 이면에 어떤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하게 되었고, 그래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첫 만남 때는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했었고 또 어떻게 들었는지 사실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에 저는 이분에 관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그렇게 운명처럼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친구인 희주와 함께 촬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질문 2. '검은 환영' 이하루 감독님도 어떻게 이 작품을 찍게 되었는지. 그리고 한 가지를 추가하면 흑백으로 전부 마무리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 이하루 : 저는 2년 전에 제주비건영화제 1회를 개최하게 되면서 거기에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만들었는데 제가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이기도 해서 만들게 되었고요. 제가 이걸 흑백으로 작업한 이유는 사실 그냥, 뭐 단순하게 제목이 '검은 환영'이어서, 흑돼지와 관련한 것이니까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제가 이거를 촬영하다가 흑백으로 찍는 화면을 어떻게 설정을 잘못 눌러서 제주의 자연을 찍는 화면이 컬러로 딱 보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갑자기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그런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고생했지만,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제주 자연을 엄청나게 파괴하고 있는데 인간들이 저를 포함해서 이런 아름다운 제주 환경 보호할 자격이 없다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 흑백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웃음)

 

 

질문 3. 두 작품을 보신 간단히 홍은전 작가님의 소감 부탁드립니다.

- 홍은전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검은 환영'을 추천한 것이 저입니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라는 제목부터 너무 정말 가슴이 아픈데요. 저도 2년째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서 그 문장이 의미하는 엄청난 폭력, 예전에는 제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그런 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저는 예전에도 동물농장도 좋아하고 개 고양이 좋아해서 그거 보면서 그런 다큐, 그러니까 동물들이 나오는 것을 볼 때 동물들 옆에 있는, 특별히 좋은 인간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동물 옆에는 너무너무 선하고 특별한 인간과 함께 세트로 나오기 때문에 저에게는 항상 인간들이 먼저 보였어요. '저 사람은 너무 좋은 사람이야. 내가 모르는 저런 소리를 듣고 고통을 알아듣지? 대단해'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건 특별한 좋은 사람들의 것이야. 몰라도 상관없어'였는데 그 2년 동안 제가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고양이의 언어를 배우고, 고양이의 세계를 배우면서 2년 사이에 큰 변화가 있어서 그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봤습니다. 정말 잘 봤습니다.

 

 

질문 4.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두 감독님이 엘리베이터 탔을 때 감독님을 소개하잖아요. 친분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기는 한데 몸이 불편한 사람을 찍으러 오셨다고 했을 때 "왜 불편한 사람을 찍어? 멀쩡한 사람을 찍어야지"가 끝까지 기억에 남았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하고, 그와 무관하게 어떻게 이 작품을 풀어내려고 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 김희주 : 저희가 나영 님을 뵙고 같이 돌아다니면서 1년 넘게 촬영을 했는데 처음에 가장 놀랐던 게 나영 님과 동네를 다니면 항상 이웃분들과 인사를 하세요. 그래서 정말 이웃분들과 너무 잘 지내시고, 가까이에서 지내시는데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친근감이 있고, 서로 너무 친하셔서 저도 그분에게 편하게 녹아든 것 같고요. 그렇게 말씀하셨던 이유도 뭔가 굉장히 편한 분위기고 같이 이렇게 있다 보니까 불편한 사람을 왜 찍냐고 말씀하시지만, 농담처럼 그런 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나영 님과 동네를 다니면서 그렇게 이웃분들과 만나고 이웃분들과 대화하고 서로 연대하고, 도움을 주고받고 이런 과정들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주변에 이런 분들이 계셔서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 정주희 : 저도 말씀해 주신 것처럼 아픈 사람을 왜 찍냐는 말을 현장에서 들었을 때는 그냥 웃고 넘겼어요. 농담처럼. 농담으로 하신 거니까. 그런데 편집을 하면서 계속해서 그 말을 곱씹다 보니까 생각이 든 게 사실 저희가 나영 님이 투석하는 장면을 찍으러 가기 전에 저는 되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제 주변에 그렇게 아프신 분이 있었던 적도 없었고, 가까이에서 본 적도 없었는데 자칫 그 분위기가 불편을 드리지 않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아픈 환우분들이셨어요. 다 같이 투석 받는 분들이셨는데 새벽 아침에 나와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렇게 하하 호호 농담을 주고받고, 오히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즐거운 분위기였어요. 저도 그 분위기에서 너무 재밌었고요. 그래서 그 말이 오히려 아픈 사람들을 왜 찍냐는 그 말이 저한테는 오히려 되게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많은 것을 느끼게 했고요. '그러니까 더 많이 찍어야 되겠다. 더 많이 담아내도록 내가 놓치는 장면 없도록 해야 되겠다.'라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질문 5. 은전 작가님은 장애운동도 오래 하셨고 또 최근에는 칼럼을 통해서 동물권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두 운동을 모두 경험하시면서 운동이 맞닿아있는 점 또는 불편했던 지점들이 어떤건지 궁금합니다.

- 홍은전 : 저는 두 운동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이것이 운동이라는 것을 인정받지 못한다, 사람들이 이것을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운동은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인데 이것을 그냥 착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착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까, 착하지 않은 건 죄가 아니잖아요? 착하지 않은 것은 처벌받지 않아도 되고 착한 사람을 띄우면 돼요. 그래서 착한 일을 가끔 하고 뿌듯해하면 되는 그런 일로 치부되는 것. 옳고 그림의 문제, 정의의 문제, 누군가가 이것으로 인해 폭력과 학대를 당하고 있고 우리가 그것을 중단할 수 있고, 시스템을 바꿔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가로막힌다는 느낌을 아주 많이 받아서 장애 운동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정말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세상의 밑바닥을 바꾸는 운동인데 사람들은 이것을 굉장히 절규, 비명, 그냥 울부짖음.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여타 시민사회운동과 같은 지위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제가 기록 활동을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우리는 차별받은 사람들이기만 한 게 아닌 저항하는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고 당신을 포함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사회의 소외조가 될 거고,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라고 하는데요. 비장애인 사회 안에서 이 장애 운동의 지위 같아요.

그런데 인간 중심 사회에서 동물 운동의 지위는 그것보다 훨씬 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지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그렇지만 저는 장애 운동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동물 운동도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폭력적인 인간 중심성 이런 것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대단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도 비슷한 점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질문 6. 저는 해외에서 직접행동이라는 말을 접했는데 이제는 한국에서도 직접행동 관련 글들을 접할 수 있더라고요. 제가 처음 봤던 장면은 식당에서 육식은 음식이 아니고 폭력이라는 선언을 하고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직접행동운동의 의미와 행동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하루가 대답이 어려워 직접행동DXE 활동가에게 마이크를 넘김)

- 직접행동DXE 활동가 : 직접행동 같은 경우에는 지금 하루가 영상에서도 담았다시피 우리가 당장 고양이와 강아지를 친밀하게 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내면의 현실을 보기 어려운 것도 앞선 영상에서 저희가 봤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떤 사람이 특별히 착하고, 나쁘고 문제에서 육식과 채식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우리가 모르기 때문에, 그러니까 끔찍한 폭력을 감추었기 때문에 무뎌지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란 말이에요. 저희는 한명 한명 활동가의 작은 개인일 뿐인데 그 산업은 거대하고 이 사회 전체를 잠식하고, 돈도 많고, 권력도 많은 구조로 되어있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문제를 촉발시키는 방법으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것이 가장 우리에게 지금 이 현실을 가까이 전달할 수 있냐고 했을 때 과연 육식이 정말 끔찍하냐고 물었을 때 사실 모든 사람이 들어야 하는데, 조금의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그 이야기를 듣는다고 이 체제가 과연 바뀔 거냐고 했을 때 그렇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요. 그래서 당연한 우리의 일상 속에 가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지요. 그동안 우리가 이것은 굉장히 합법이고 개와 돼지는 달라. 인간과 동물은 달라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 장소에 와서 누군가가 굉장히 무섭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그 느낌을 전달하면서 문제의식을 사회 전반에 알리기 위해서 직접행동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질문 7. 장애운동에도 몸에 쇠사슬을 묶고 지하철 철로에 가서 사람들의 따가운 욕과 시선 속에서 했었던 직접적인 몸의 몸짓이 있었습니다.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행동들이 동물권 운동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조금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홍은전 : 이것이 차별이나 폭력에 저항하는 운동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 있고요. 그런데 그 방식에서 저는 기존에 주류의 동물보호단체들이 해온 운동들이 있잖아요? , 고양이 중심의 그것을 통해서 제가 받아들인 이미지가 있었고 제가 동물해방운동이라고 하는 새로운 운동 그 안에 동물 안에 가축까지 우리가 먹고 있고 쓰는 그런 모든 동물까지 포함하는 모든 종차별에 반대하는 동물해방운동의 이미지를 봤을 때 정말 2001년에 시작된 버스를 막으면서 등장한 중증장애인 운동과 너무나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전에도 장애 운동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경증장애인의 운동. 우리가 노동현장에 버스를 막으면서 들어갈 것이고 교육현장에 갈 것이라는 그런 운동이 있었는데 그게 아닌 중증장애인이 버스를 막고 도로를 점거하고 막으면서 등장한 그들의 존재가 저에게 준 충격이 있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느낀 모든 일상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덮쳐오던 그 문제들,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내가 여기에서 살아가려면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하고 네가 누리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하고 네 기득권과 너의 권력과 싸우겠다는 세상에 비장애적인 것에 도전하고 거대하고 단단한 벽에 몸을 부딪치는 것. 그것이 준 충격과 그게 동물해방운동의 장면들, 돼지를 하나 안고 나와서 우리는 이들을 학대로부터 폭력으로부터 구조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그 운동을 봤을 때 너무나 잘 느껴졌어요.

평등한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모든 것이 다 바뀌어야 해요. 이 체제 안에서 가능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많이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8.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에서 캣맘이던 나영 님이 집회에 나가는 직접 행동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로 전달되기를 바라시면서 촬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김희주 : 저는 아까 은전 작가님 말씀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저희가 운동을 하시는 분들을 착한 사람이라고만 본다는 거였어요. 저희도 사실은 처음에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했을 때 나영 님이 굉장히 존경스럽고, 경이롭고, '어떻게 이렇게 불편한 몸을 갖고 계시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실 수 있을까?'가 행동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냥 존경하고 경이로운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이런 태도가 저희의 삶과는 관련이 없다는 그런 태도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존경스럽고, 경이롭고, 멋있고 이렇게만 바라보는 것은 저희한테는 정말 편하죠. 정말 편하고 그냥 '멋있다'하고 끝나는 거잖아요? 이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고 그 집회에 가서도 비슷한 느낌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정말 부끄럽지만 행동하지 않았고, 그리고 행동하지 않은 이유는 제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살면서 조금의 불편함도 '아 정말 불편해' 생각했었는데 이 조그만 불편이 아닌 정말 큰 불편들을 겪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겪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서 그런 조그만 불편도 제 삶으로 들이지 않으려는 태도에 대해서 굉장히 반성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저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을 더 많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정주희 : 저한테 있어서 나영 님과 함께 갔었던 집회의 의미는 저도 그런 집회에 나가본 게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것을 어떤 관계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싶었어요. 제가 막연하게 나영 님과 고양이의 관계를 보았을 때는 나영 님이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약간 의기소침했던 그런 시기에 고양이를 통해서 사람들과 세상 밖으로 소통하게 되었고, 고양이를 통해서 나영 님이 삶을 살아가는 어떤 뿌리가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제가 되게 놀라웠던 점은 그러한 관계가 나영 님과 고양이라는 11 관계에서 머무르는 게 아닌 그 관계가 지역사회 사람들과 연결되고 페이스북이라는 SNS를 통해서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과 연결되고. 그러면서 연대해가는 게 생긴 것이지요. 그렇게 만난 사람들끼리 청와대에 가서 목소리를 내면서, 어떻게 보면 나영 님 한 명의 목소리가 나영 님과 같은 뜻을 갖고있는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아젠다를 더 외칠 수 있는,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고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을 목격했다는 것이 저한테는 되게 좋은, 그런 점에서 저는 되게 많은 감명을 받았고요. 그래서 그 장면을 영화 속에 꼭 넣고 싶었습니다.

 

질문 9. 인간 중심에서 본 선택적 동물보호와 동물권 운동의 결과 맞닿아 연결되는 지점들은 어떤 것인 있는지 은전 님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홍은전 : 이것은 채식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모두가 하면 좋겠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잖아요. 당장 가능한 일도 아니고 버스 하나 바꾸는 데에 20년이 걸린단 말이에요. 이것은 대한민국 운동의 역사 중에 다른 운동은 잘 모르겠지만 장애 운동만큼 이렇게 열심히 줄기차게 싸우는 동네가 없어요. 엄청난 국가 예산을 장애인 쪽으로 투입하고 있어요. 기울어진 것의 일부를 고치고 있고 우리가 해왔어요. 구조를 바꾸는 일이고 장애인들의 삶이 너무나 밑바닥이어서 밑바닥을 바꾸고 사람들이 운동을 폄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은 모두가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설계 운동입니다.

저는 인간은 동물이 아니라고 하면서 인권의 역사를 만들어왔는데 그러면 동물은 그렇게 대해도 되는 거잖아요. 동물은 가둬도 되고 아파도 치료하지 않아도 되고 동물은 때려도 되고 학대해도 하고 학살해도 된다고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인간의 출발이었다는 점을 제가 동물 운동을 알면서 새롭게 인식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20년간 믿고 신봉한 저의 모든 것이었던, 제가 추구해야 할 모든 것이었던 인간, 인간 중심적인 것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동물 운동이 저의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운동이 동물해방운동에 도움 되는 게 아니고 사실은 반대였다는 거. 제가 동물의 고통을 완벽하게 듣지 못하도록 나에게 어떤 벽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조건이었던 거예요. 저는 그것이 20년 전에 제가 운영 운동을 만났을 때 느꼈던 충격과 되게 비슷합니다. "장애인은 친구가 없어도 돼. 교육을 받지 못해도 돼. 꽃동네 시설에 가서 사는 게 행복이야"라고 하는 게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노동야학의 학생,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고 믿은 게 다 무너진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인간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제가 동물해방운동을 만나면서 인간이 무엇인지를 다시 보고 인간이 동물과 같고 동물의 모든 종이 평등하고 불평등이 저항해야 한다는 게 제가 믿은 어떤 것과의 단절에서 시작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너무 어려운 것 같지만 장애 운동만큼 저는 분명히 승리하는 운동일 것으로 생각하고 이것이 모든 구조 안에서 함께 가야 하는 운동이라는 것, 사랑과 헌신으로 해결될 문제가 전혀 아니라는 것. 길고양이 하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온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무고한 돼지 한 명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 모든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 우리가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저는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