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동네 '바보', 이들의 이름을 묻다

  • 게시일14-04-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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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작 ‘장구’
이름 묻는 것, 서로 삶에 개입하는 게 필요
2014.04.03 17:35 입력

 

올해 12회를 맞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4월 8일부터 사흘간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열립니다. 올해 영화제는 개막작 '카페 이메진' 등 총 16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비마이너는 올해 상영작 중 세 작품의 내용을 소개합니다._편집자 주 
▲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작 '장구'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비장애인들은 지적장애인을 배려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학교에서, TV에서 흔히 배우고 보고 듣는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지적장애인을 맞닥뜨렸을 때 비장애인의 태도는 이러한 배움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작 ‘장구’(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전유나 작, 2012)는 이러한 비장애인의 어두운 모습을 잘 드러내는 영화다.

 

어떤 동네에 장구라고 불리는 지적장애인이 산다. 멍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장구를 보며 서연이 친구에게 묻자 돌아오는 대답.

 

“너 장구 몰라? 우리 동네 사는 장애인이잖아. 바보야, 바보.”

 

동네 사람들은 장구가 ‘바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가게 주인은 200원짜리 알사탕을 집어든 장구에게 천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 주인은 장구를 이렇게 대해도 아무런 대꾸도 못 한다는 것을 안다.

 

서연도 장구를 ‘바보’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장구와 마주치면 황급한 걸음으로 그를 피했다.


어느 날 서연은 장구를 따라다니는 여자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골목으로 숨어든다. 장구가 아이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오자 아이가 그의 품으로 안긴다. 서연을 보고 아이가 말한다. “아빠, 저 사람 이상해.”

▲서연을 보고 아이가 말한다. “아빠, 저 사람 이상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장구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 모르면서 장구가 위험하다 생각하던 서연은 그 순간 ‘이상한 사람’이 됐다.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장구의 삶을 모른 채 장구를 대하는 서연,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경솔함을 지적하는 듯하다.

 

이후 서연은 다른 행동을 취한다. 장구를 찾는 아이가 울고 있을 때와 우연히 장구와 마주쳤을 때. 그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장구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닌다. 친구의 눈총에 장구를 모른 체하지만 곧 장구가 있던 곳으로 뛰어간다.

 

서연은 장구를 다르게 대하게 된 이유는 그녀가 그의 삶에 대해 알았기 때문이다. 영화 끝에 장구의 이름이 밝혀진다. 만약 그의 이름이 밝혀진 시점이 끝이 아니라 처음이었더라면 서연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겨질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장애인이 지역사회 지적장애인을 대할 때 필요한 것은 어쭙잖은 이해나 배려가 아니다. 이들의 이름을 묻는 것, 그렇게 서로 삶에 개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를 장구에게 안겨주는 서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